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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키보드/작업기

리얼포스 MX Slider 교체기

by 장성철 2019. 5. 27.

"리얼포스의 모든것이 좋다. 하지만 리얼포스의 키캡놀이는 혐오스럽다."

리얼포스를 3년간 사용했던 저의 소감입니다.

 

리얼포스 키캡놀이를 위해, 리얼포스 키캡셋을 깔별로 보유하고 있었지만 빨주노초파와 같은 원색의 키캡들로

키캡놀이를 하는데는 제약이 너무 심했고, 제가 원하던 느낌도 아니었기에 늘 불만이었습니다.

 

예전부터, 노바터치 슬라이더를 이식해서 키캡놀이를 한 리얼이의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봐왔지만,

노바터치를 구하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였고, 좀 더 저렴하게 체리 MX 키캡들을 사용할 방법을 찾아보다,

요즘 한창 짭 스위치 논란으로 핫했던, KBDFANs에서 토프레용 MX Slider를 판매하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머 순정으로 아껴놔봐야 언젠간 똥이 될 키보드이기에 과감하게 작업하기로 마음먹고 바로 물건을 주문했습니다.

주문하고, 약 2주만에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물건은 Topre MX Slider, 저소음 O-Ring, 하늘색 PBT 스페이스바 입니다.

 

일단은 리얼이의 상판을 분리합니다.

 

그리고, 기판과 보강판 사이의 수많은 나사를 분리한 후, 스테빌을 모두 제거합니다.

(정확한 Parts명을 몰라, 임의대로 스테빌이라고 칭하겠습니다.)

 

모든 스테빌을 제거한 이유는, 스테빌이 보강 철판에 결합된 이후에도 상하좌우로 유격이 있어 흔들리면서 잡소리가

발생하기 때문인데, 이 부분에 테입을 덧대어 유격을 최소화 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식으로, 스테빌 장착전에 테입을 덧대어 유격을 완전히 없앴습니다. 작업 후에 잡소리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시는분들도 계시겠지만, MX Slider만 구매하면 작업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철심이 없는 짧은 키들은 슬라이더 교체만으로도 체리 키캡들을 끼울수 있지만, 철심이 들어가는 긴 키들은 체리 키캡을

사용하려면, 스테빌 좌우에 구멍을 뚫어줘야 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꽤 번거로운 작업인데, "어떻게 깔끔하게 구멍을 뚫을 수 있을까?" 를 고민하다가,

그냥 인두기로 먼저 작게 구멍을 뚫고 줄로 갈아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키캡을 미리 슬라이더에 대보고, 대략적인 위치를 잡은 후에 인두기로 기냥 지져서 적당한 위치에 구멍을 만듭니다.

플라스틱이 녹으면서 구멍 주변으로 지저분하고 솟아오르고 뭉게진 플라스틱들이 일어납니다.

줄로 잘 다듬으면 말끔해지니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합니다.

 

일단은 모형칼로 구멍옆으로 솟아오른 플라스틱 잔해들을 잘 다듬어줍니다.

 

다음은 이런 줄 공구를 이용해서, 스테빌에 낸 구멍을 체리 키캡 스템이 원활하게 통과할 수 있을만큼의 크기로 잘 갈아서

넓혀줘야 합니다.

 

지금은 이런모양이지만...

 

줄로 쓱쓱싹싹 예쁘게 잘 갈아내다보면... 이렇게?!

아직도 먼가 원이 삐뚤빼뚤 합니다... 더 갈아볼까요...?

 

이제 좀 원같아 진건가요? 흠흠... 어쨌건 이렇게 예쁜 원을 만들면서 체리 키캡 스템넓이만큼 원을 확장하는 겁니다.

리얼 87U 모델에는 이런 스테빌이 4개가 있습니다. (백슷바, 엔터, 좌/우쉽)

인내심을 갖고 작업을 해주시면 됩니다.

 

스테빌 4개만 작업하면, 번거로운 작업이 다 끝... 나지 않습니다.

아주 극도로 혐오스러운 작업이 하나 더 남아있는데... 리얼이의 슬라이더 중, 좌측 컨트롤 키에 들어가는 슬라이더는

혼자서 나머지 슬라이더와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 혼자 특이한 모양을 한 슬라이더 자리에도 MX Slider를 적용하기 위해서,

MX Slider를 저 모양과 똑같이 갈아서 직접 제작해야 합니다.

어떻게요? 줄로 갈고 또 갈고 또 갈아서 저 변종 슬라이더 녀석과 동일한 모양이 될 때까지 갈아서 만들면 됩니다. 하하...

 

이제 귀찮은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생각할때쯤, 또 한번의 매우 귀찮은 작업이 있습니다.

MX Slider에 저소음 링 끼우기... 아주 얇은 실리콘 재질? 의 이 오링은 너무나도 민감해서 핀셋으로 살살 집어서

살살 넣어줘야 하는데 넣는중에 접히기도 하고... 여튼 간단하지만 귀찮은 작업입니다.

 

그렇게 모든 슬라이더에 저소음링을 끼우고 보강에 스테빌도 장착하고, 스테빌에 슬라이더도 끼웁니다.

 

그래서 기판과 보강을 결합하고 나사를 조이고 상판을 덮고 키캡을 끼우고 눌러보면,

스프링과 러버돔의 정렬상태가 모두 초기화 되면서 멀쩡하던 키들이 찌걱거리고 잡소리가 나고...

 

그럼 다시 뜯고, 재정렬하고 다시 덮고... 그러면 또 다른놈이 찌걱거리고 잡소리가 나고 그럼 다시 뜯고...

몇회를 반복하다보면 모든 키들이 적당한 위치에 자리잡아 잡소리가 안나는걸 확인할때 쯔음...

 

이미 멘탈은 반쯤나가서 담배를 한갑이상 파워스모킹한 상태로 육신과 정신이 피폐해지는 경험을 하실겁니다.

어쨌건 이쯤에서 뚜껑을 덮었습니다.

 

여기서,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스페이스바는 체리 키캡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체리식에는 없는 스페이스바 사이즈이기도 하고, 좌우 스테빌은 노바터치 슬라이더를 이식하지 않는한은...

체리식으로 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PBT 슷바를 하나 샀던것입니다. (잘못된 정보라면 Feedback 주세요. 키알못...)

 

"아!! 작업 끝났다!" 라고 외칠까 했는데...

아 먼가 찝찝합니다. 그렇습니다. 리얼포스의 시꺼먼 순정케이블 너무나도 마음에 안듭니다.

예전에 어느 커스텀 케이블 가게에서 리얼용 커스텀 케이블을 판매한다는걸 본 것 같습니다.

젠장 몰랐다면 속이 편했을 것을... 어쩔 수 없습니다... 어울리는 케이블을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전 GMK 솔닥을 끼울것이었기 때문에, 솔닥이라는 어울리는 색을 찾아야 합니다.

550 TEAL 이라는 색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주문합니다. 한달을 기다립니다. 도착합니다. 케이블을 장착해봅니다.

그리고 솔닥이랑 같이 쓸려고 사놓았떤, 미드나잇 스펙터도 꽂아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완성입니다.

이게 제가 바로 원했던 그 리얼포스의 자태인 것입니다. 작업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쁩니다. 아주 예쁩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타건감은 기대하지 마십시요.

타건감은 구려집니다. 좀마니 구려집니다. 아무리 크톡으로 윤활을 잘하고 스테빌을 잘잡아봐도

타건감 부분에서는 순정대비 70~80% 정도밖에 충족되지 않습니다.

 

작업하실분들은, 내가 리얼포스 순정을 너무 오래써서 이제 지겨워 죽겠다. 정도가 아니면 순정상태를 유지하시면서

충분히 토프레 무접점의 타건감을 즐기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래도, 전 타건감보단 예쁜게 더 좋습니다. 캬캬캬...

그리고 간혹 MX Slider가 키캡 파괴자라는 글이 보이는데,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MX Slider의 십자스템 두께가 얇아서

미사용 GMK 키캡을 꽂아도 헐겁게 장착되었습니다. (개선된건지는 모르겠네요...)

 

이상 두서없이 작성해본 리얼 작업기였습니다.

타건영상을 마지막으로 올리면서, 또 다른 작업기로 찾아뵐께요. 오늘도 즐거운 키보딩 하세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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